명심 보감

순명편

신우림 2010. 9. 16. 18:24

[ 順命篇 ]

 전편(前篇)의 천명편(天命篇)에서는 선악의 주관자로서의 하늘을 말하였고, 이 순명편에서는 글자 그대로 그러한 하늘의 명(命)에 순응해야함을 말하고 있다. 일견 이 순명편에서는 인간 스스로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지 못하고 다만 운명론적으로 자신의 생(生)을 맞아야 한다고 서술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나, 밑바탕에 깔려 있는 사상은 역시 하늘의 이치, 자연의 이치를 거스리지 말고 자신의 생(生)을 개척하라는 조언일 것이다. 자신의 본분을 알지 못하고 분수에 넘치는 일을 쫓다가 자신을 망치는 지경에 이르는 일도 종종 보게 되니 말이다.

 1. 子夏曰, 死生은 有命이요, 富貴는 在天이라.
     자하왈 사생    유명         부귀    재천

 자하께서 말씀하셨다. 생사(生死)에는 천명이 있는 것이요, 부귀(富貴)는 하늘에 있는 것이니라.

 (字義) ○子夏는 공자의 제자로 학문에 뛰어났다. ○死生처럼 중국말과 우리말의 순서가 뒤바뀐 예가 많다○富貴在天; 부귀는 하늘에 있다. 즉, 부귀는 하늘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2. 萬事가 分已定이어늘 浮生이 空自忙이로다.
     만사     분이정           부생    공자망

 만사가 나뉘어 이미 정해져 있거늘, 부생(덧없는 삶)이 공연히 스스로 바뻐하느니라.

 (字義) ○이 문장은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已는 이미 이. ○浮는 뜰 부. ○生은 여기서는 명사로 쓰였다. ○浮生(부생)은 한 단어로 "덧없는 인생"을 뜻한다. ○空(공)은 부사로 "헛되이, 공연히"의 뜻이다.○忙은 바쁠 망.

 3. 景行錄云, 禍不可以倖免이요, 福不可以再求니라.
     경행록운  화불가이행면         복불가이재구

 경행록에 이르기를, 화는 요행히 면할 수 없는 것이요, 복은 두 번 얻을 수 없느니라.

 (字義) ○"可以는 "~할 수 있다"의 뜻이다.. ○倖은 부사로, 요행히 행. 다행 행.